연준과 '한판 승부' 예고한 트럼프, 파월 이기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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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뉴스핌] 권지언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연방준비제도(연준)와의 대립각을 숨기지 않고 있지만, 취임 후 본격 대결이 시작되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이기기 어려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25일(현지시간) 마켓워치는 트럼프 당선인과의 한판 승부에서 파월 의장이 채권 시장 자경단을 활용해 트럼프에 교훈을 줄 수 있다는 TS 롬바드 이코노미스트 다리오 퍼킨스 의견을 소개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선거 운동 중에도 연준이 금리 결정에 대해 대통령의 자문을 받아야 한다면서 연준의 독립성을 훼손하는 발언을 일삼았다. 하지만 파월 의장은 이러한 트럼프 주장에 굴복하지 않았고, 사임을 요구받더라도 대통령에게 연준 의장을 해임할 법적 권한은 없음을 강조하면서 물러나지 않을 것임을 강조했다.
퍼킨스는 25일자 고객 노트에서 이러한 역학 관계가 트럼프와 파월 간 대립을 예고하고 있다면서, 시장 흐름상 파월이 결국은 우위를 점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리즈 트러스 영국 전 총리와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전 총리가 자국 중앙은행과의 대립 속에서 결국 재정 정책 입장을 철회해야 했던 사례를 언급했다.
영국 트러스 정부는 지난 2022년 9월 대규모 미재원(unsanctioned) 감세 정책(약 450억 파운드 규모)과 600억 파운드의 에너지 지원 프로그램을 발표하면서 시장 신뢰를 잃었고, 영국 국채 시장서 장기 국채 금리가 5%를 초과하는 등 금융시장 대혼란을 초래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좌)과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Fed) 의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당시 영란은행(BOE)은 긴급 구제책으로 650억 파운드 규모의 국채 매입 프로그램을 도입하며 시장 안정화를 시도했으나, 지속적인 신뢰 회복에는 실패했다.
지난 2011년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당시 총리는 재임 중 지속적인 재정적자와 비효율적 지출로 인해 이탈리아의 공공부채를 국내총생산(GDP)의 약 120%까지 키워 시장 신뢰도 추락을 야기했다.
당시 유럽 부채 위기 동안 이탈리아의 10년 만기 국채 금리는 7%를 초과하며 지속 불가능한 수준에 도달했고, 이후 유럽중앙은행(ECB)과 유럽연합(EU)의 재정 구조조정 압박 속에 베를루스코니는 퇴진 압력을 받아 사임하게 됐다.
TS롬바드의 퍼킨스는 대규모 감세, 관세, 불법 이민자 대량 추방 등 트럼프 공약들이 인플레이션을 자극하면 트럼프 당선인이 바라는 금리 인하가 어려워지고, 연준의 독립성을 사수하려는 파월 의장이 채권 자경단을 활용해서라도 트럼프의 금리 압박에 굴복하지 않으려 할 것으로 전망했다.
채권 자경단이란 시장에서 국가의 재정 적자 확대나 비현실적인 경제정책에 반대하여 국채를 매도하고 금리를 상승시키는 투자자 집단을 의미하는데, 연준이 금리를 올리거나 금융 정책을 긴축적으로 유지할 경우 채권 자경단은 이를 지지하며 시장에서 트럼프의 정책에 대한 반발을 더 강하게 드러낼 수 있다는 분석이다.
퍼킨스는 또 연준은 독립성을 포기한 사람들을 좋게 보지 않는다면서 "파월이 트럼프 압력에 굴복한다면 자신의 유산을 완전히 파괴하는 것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히려 파월은 재정 지출을 키우려는 대통령의 압박에도 굴복 않고 코로나 팬데믹 이후 인플레이션을 통제한 인물로 역사에 남길 바란다고 퍼킨스는 덧붙였다.
만약 트럼프가 인플레가 오르는 상황에서도 연준을 설득해 금리를 낮추려 한다면 이는 채권 시장에 악몽 같은 시나리오가 되겠지만, 퍼킨스는 이러한 시나리오가 펼쳐질 가능성은 낮다고 봤다.
또 기축통화인 미국 달러나 미국채에 대한 대규모 투매가 일어날 가능성도 낮으며, 시장 안정성이 유지되면 파월에 대한 트럼프의 정치적 압박 효과는 약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퍼킨스는 가장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는 트럼프가 자신이 하려던 일을 하고 파월이 금리 인하를 조기에 종료하는 상황"이라면서 "결국 2025년이나 2026년에 무슨 일이 잘못되더라도 비난 받는 것은 혼란을 초래할 트럼프일 가능성이 크고, 중립 이상의 수준으로 금리를 유지한 연준이 비난의 대상이 될 확률은 낮다"고 분석했다.
kwonjiu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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