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신문기자가 분석한 잠실 야구장이 가진 매력과 설계 의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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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하면
1. 서울은 콘크리트로 가득찬 회색의 도시인데
그런 서울의 모습에 지친 시민들이 거대한 녹색의 잔디로
가득찬 잠실구장에 와서 선수들의 플레이를 바라보면
복잡한 일상에서 받는 짜증이 확 가신다.
그리고 잠실구장에서 고개를 들어 위를 바라보면
푸른 하늘이 보이고 또 관중석 위 지붕이 보이는데
이건 옛날 삶이 아직 복잡하지 않던 시절,
한옥 대청마루에 누워 있으면 보이는
푸른 하늘과 지붕 밑 처마를 떠올리게 만든다.
2. 잠실야구장은 가락지형의 둥근 건물인데
사실 한쪽은 높고 한쪽은 낮다.
자세히 말하면 야구장의 본부석과 내야쪽 스탠드는
아주 높게 되어있고
외야로 갈수록 낮아지게 만들어져 있다.
이 때문에 높은 쪽 스탠드 뒤로는
한강이 지나가고 낮은 쪽 스탠드 뒤로는
잠실대로와 아파트군이 자리잡고 있음.
그래서 야구장에 온 사람들은 응원할 때
한강은 하나도 안 보이고 아파트만 보이게 됨.
일반적으로 생각했을 때 '만약 이걸 반대로 지었다면
한강을 보면서 응원이 가능해서 조망이 좋았을텐데' 라고
여길 수 있는데 이 기자의 생각대로라면
여기엔 강렬한 대비효과를 줄려고 한 설계자의 의도가 있다고함
야구장 안을 보면 엎치락 뒷치락 하는
뜨거운 경기의 열기가 느껴지지만
야구장 바깥을 보면 우중충한 회색 아파트라는
서울의 일상이 느껴지도록
일부러 대비되게 만들어서 이쪽의 환하고
재밌는 판에 끼어들었다는 만족감을 더 높이는 효과가 있고
반대로 야구장 바깥의 지친 샐러리맨들은
잠실야구장을 바라보면 그쪽에서 들리는
환호성과 밝은 불빛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그 즐거워 보이는
야구장에 가고싶어지고 부럽게 느껴지게 만들었다네요
그리고
좁고 우중충한 서울의 일상과 넓고 푸른 야구장,
또 어둡고 따분한 서울의 밤과 환하고 신나는 야간경기,
잠실야구장은 이렇게 극적 대비효과를
지친 우리들에게 제공해주는
서울의 몇 안되는 건축물이라고 합니다.
1줄 요약-그때 야구를 볼게 아니라 잠실 아파트를 샀어야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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